본문 바로가기

영국 생활

영국 자하 하디드 현직 건축 디자이너 연봉은 얼마일까?

만약 당신이...

  • 영국으로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면 -
  •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있는 건축인이라면 -
  • 건축가가 희망인 꿈나무들 이라면 -
  • 디자이너인데 영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면 - 

영국 런던 건축가의 연봉에 관한 글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한다. '직급에 따라 연차에 따라 지역에 따라 월급이 차이 날 수 있습니다'라고 얼버무리는 화제성 블로그 포스팅은 하기 싫었다. 제대로 된 수치와 함께 나의 경험을 버무려 정확하게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이제부터 영국 런던의 자하 하디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나의 연봉과 런던의 다른 건축 사무소의 연봉 현황에 대해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얘기해 보겠다.
 

런던 건축 디자이너의 연봉

짧게 요약하자면 나의 연봉은 35K*이다. 35,000 GBP라는 뜻이다. 나의 직책은 건축 디자이너 (Architectural Designer)이다. 나의 이력을 짧게 얘기하자면 학사-석사-건축회사에서 이제 4년을 갓 넘김-인데 이 정도 경력의 건축 디자이너가 평균적으로 런던에서 받는 연봉이 35k라는 뜻이다. 35k GBP는 방금 찾아보니 한화로 약 연봉 6천만 원이다. 한국에서 취업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 할 수 있는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아닐까 한다. 사실 런던에서는 거의 겨우겨우 평균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연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여기 물가가 많이 비싸기 때문이다. 

* 35k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k가 1000 이기 때문 (35 x K = 35 x 1000 = 35,000)
 

사실 내가 다니고 있는 이 회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창립한 회사이다. 그리고 자하 하디드는 건축가에게 최고의 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많은 초호화 호텔과 문화시설을 디자인하고 있는 회사지만, 월급만은 세계 최고가 아니다. 이런 얘기를 많이 주변에서 들었었다 - 멋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월급을 적게 받거나 별로 내키지 않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월급을 많이 받거나 둘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정말일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 이제는 내 얘기 말고 검색으로 조사한 통계를 보여줄 생각이다. 우선 아래 스크린샷을 보면 런던에 있는 건축 디자이너의 평균 연봉이 약 43k라고 한다. 약 한화로 연봉이 7300만원이라는 뜻. 정말 이정도 벌고 있으면 휴가 때 마다 유럽 여행을 충분히 즐기거나 외식을 더 자주하고, 취미활동에도 돈을 더 쓸 수 있고, 자선단체에도 매달 돈도 좀 더 낼 수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위의 통계는 129명의 연봉 통계라고 한다. 뭐지? 평균 연봉이 사실 43k라고? 자하 하디드 건축 사무소는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회사인데 왜 월급이 평균 월급의 80퍼센트 (35/43) 밖에 안될까? 사실 아래의 글라스도어 통계를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런던의 건축 디자이너 (Architectural Designer)의 연봉'을 검색 했을 때 사실상 38k에서 50k 사이라고 한다. 한화로 연봉 6500만원 - 8500만원 사이이다. 아래 통계의 '최저' 라고 적혀 있는 38k에도 못 미치는 게 자하 하디드의 건축 디자이너 연봉인 샘이다. 


글라스도어, 런던의 건축 디자이너 연봉에 대한 통계

글라스도어 연봉 통계 (가입하고 자신의 연봉을 입력해야 통계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여기까지 검색해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었다. '건축 디자이너'는 '주니어'와 '시니어'로 나눠진다. 그리고 직명이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데 우리 회사의 직급은 이렇게 나뉘어 진다. 아무래도 첫번째 신입 단계에서는 2년이고, 그 후로는 4년 정도 만에 승직이 대부분 이루어지는 것 같다. 사실 시니어까지 해본 적이 없어서 시니어 이상으로 잘 모르겠다! 나중에 회사동료들과 확인해보고 다시 정확한 정보를 업데이트 하겠다.
 
그래서 사실 연봉 검색할 때 키워드가 중요하다. '건축 디자이너' 라고 단순히 검색하면 '주니어'와 '시니어'가 함께 검색되어서 평균화된다. 그리고 주니어에서 시니어까지 경력을 합친다면 2년에서 10년까지의 광범위한 직군이 함께 검색되어 평균으로 나오기 때문에 부정확한 결과가 나온다! 나같은 주니어 디자이너는 '주니어 건축가', '주니어 건축 디자이너' 이렇게 연봉 검색을 해야 한다. 
 

경력에 따른 건축 디자이너의 연봉

  • 어시스턴트: 어시, 신입 (경력 0-2)
  • (주니어) 디자이너 (경력 2-6)
  • 시니어 디자이너 (경력 6-10)
  • 리드 디자이너 (경력 10-14)
  • 어소시에이트 (경력 14-18)
  • 시니어 어소시에이트 (경력 18-24)
  • 디렉터 (경력 24 이상)

검색을 자세히 하다 보니 아키좁스 (Archijobs)이라는 건축 분야 직종의 연봉이 자세하게 통계가 나온 웹사이트가 있었다. 아무래도 글라스도어는 다른 직군도 함께 있다보니, 자세한 직명에 따라 검색이 세분화 되어 있지 않아서 42k라고 두루뭉실하게 통계를 얘기해주었던 것 같다. 사실 35k와 42k차이는 엄청 크다고! 아키좁스 웹사이트를 다시 보면 'Architectural Designer'이라고 검색 했을 때 바로 '주니어'에 해당하는 월급 평균이 나왔다. 아래의 도표를 보니 조금 사실에 가까운 것 같긴 하다. 나는 4년차 건축인이고 35k를 받고 있는데 어느 정도 얼추 들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또 이상한 것은 아래의 표에서 20년 이상일 때 연봉이 또 줄어드는 것은 또 뭣이며 20년 이상 디자이너를 하고 있는 사람도 절대로 없다는 거! (왜냐하면 대부분은 직급이 올라가니까) 


아키좁스 웹사이트


직급에 따른 건축 디자이너의 연봉

사실 연차와 직급이 정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직급에 따른 연봉도 달리한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건축사'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을 텐데, 영국에서는 건축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디자이너로써 충분히 건축 설계 사무소에서 근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건축사 자격증이 있느냐에 없느냐에 따라 연봉이 같은 직급이라도 대략 적게는 5k, 크게는 20k정도 차이가 난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나처럼 경력이 4년 정도 되는데 주니어 건축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35k를 받고 있다면 만약에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 한다면 5k 정도는 더 받고 같은 직급으로 일할 수 있다. 물론 이 비율은 자하 하디드에서 해당되는 얘기이고, 포스터 (Foster)같은 큰 회사에서는 원래 28k였다가 건축사 자격증을 획득함과 동시에 50k로 연봉 인상이 가능하기도 하다.

우선 영국에서 건축사 자격을 얻는 과정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어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간단히 영국의 건축 직종에 어떤 직급이 있는지 알아보자. 아래의 스크린샷은 ‘아키좁스 (Archijobs)’ 웹사이트 맨 아래 직급 카테고리라고 올려놓은 것을 캡쳐한 것이다. 충분히 모든 직급이 다루어져 있다. 그리고 영국 건축 협회인 RIBA 공식 웹사이트에 가 보면 공식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규정된 직급 별 연봉 범위가 정해져 있다.

영국의 건축 디자이너 상세한 직급 종류

회사에 따른 건축 디자이너의 연봉

자, 경력별, 그리고 직급별 연봉에 대해서 다루어 보았으니, 이제 회사에 따른 건축 디자이너의 연봉에 대해서 알아보자. 같은 직급 같은 연차라 하더라도 회사에 따라 연봉이 2배씩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우선 연봉을 제일 많이 주는 회사를 읊어보자면 Make, Foster, Populous, Gensler, BIG 과 같은 대형 상업 건축 설계 사무소들이 있다. (아래에 리스트를 적어 놓았다 - 런던의 대형 건축회사 리스트) 나와 같은 직급일 때 이런 회사들로 이직을 하게 되면 연봉이 35k에서50k로 바로 뛴다는 얘기를 참 많이 주변에서 들었었다. 보통 이런 얘기는 자하 하디드 직원들 끼리 하는 얘기인데, 그런 얘기를 해도 연봉을 그렇게 더 많이 주는 회사로 이직하는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그렇게 많지 않다. 참 신기하다.  
 

런던의 대형 건축회사 리스트

이 리스트는 공식적인 기준 보다는 현재 자하 하디드에서 일하면서 주변에서 연봉 얘기하는 거 주워듣고, 그리고 인터넷 서치를 통해 조금 나름 정리한 내용이다.  

  • 포스터 (Foster & Partners)
  • 자하 하디드 (Zaha Hadid Architects)
  • 빅 (BIG)
  • 겐슬러 (Gensler)
  • 포퓰러스 (Populous)
  • 헤더윅 스튜디오 (Heatherwick Studio)

 

월급 많이 받는다고 좋은 건 아닌 듯 - 세금

연봉 얘기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세금이 아닌가 싶다. 나는 연봉에서 20퍼센트를 세금으로 내고 있고, 연봉이 커질 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하는데 아마 한국과 비슷해서 어느 기준치 이상이면 퍼센트가 바뀐다. 50k 미만일 때 20퍼센트 정도, 50k 이상일 때 40퍼센트 정도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50k를 받고도 40퍼센트나 세금을 내야 한다니, 세금 내고 나면 30k밖에 남지 않게 된다. 나는 20퍼센트니까 28k가 남는데 그러고 보면 35k와 50k의 연봉이 세금 내고 나면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어쩌면 45k만을 받는 것이 더 낫겠다. 만약 45k일 때도 세금이 20퍼센트라면 순소득이 36k가 되니까. 50k일 때 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보통 연봉에서 세금은 회사가 월급을 줄 때 자동으로 삭감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매드, 건축인?

건축가에게 장점이 있다면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 능력치가 대부분 비슷해서 세상 어디를 가던지 언어만 된다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특히 경력이 적고 프로덕션에 배치되는 일자리라면 어도비 포토샵, 브이레이, 라이노, 오토캐드 등 스킬 종류가 거기서 거기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를 가던지 그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대부분 취직이 가능하다.
 
나는 영어와 중국어를 하니까, 영국, 유럽, 미국, 중국, 한국, 싱가포르 등등의 나라에서 일할 수 있다. 디지털 노매드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조금 혹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프로그래머들이 가끔 미국에 있는 아마존에 취직하거나 하는 것처럼, 통용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어느 나라에도 갈 수 있는 건 건축인도 마찬가지이다. 건축인, 넓게 보자면 디자인 업종으로, 다른 디자인 업종도 역시 한국이라는 나라에만 취직을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 
 
최근에 한국에 취업시장이 많이 안 좋아서 많은 어린 친구들이 취업을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이지만, 디자인이나 건축, 프로그래밍 업종이라면 다른 나라에 취직하는 것도 새로운 기회를 얻기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