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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건축 자재의 임보디드 카본 (embodied carbon)

이제 '지속가능성' 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멋져보이려고 쓰이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목표가 되었다. 건축 업계도 마찬가지다. 나는 현직 건축 디자이너로써 ‘그린워싱’하지 않는 디자이너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에는 건축 자재의 ‘임보디드 카본’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바로 건축 자재 생산 과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 그린워싱 (Green Washing): 실제로는 친환경과 상관이 거의 없지만, (지향점이나 정책이) 친환경적이라고 마케팅 하는 행위

 
우선 건축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비율을 차지하는지 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이나 한다고 열심이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업적인 차원의 큰 스케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나는 건축인 이므로 건축이 얼마나 많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 알아봤다. 


로켓보다 많은 현대 건축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지루한 건축물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건물이라면 물론 한번 지어놓고 몇십년간 오래 쓰는 건축물이니까, 이산화탄소 좀 배출해도 어때, 오래 잘 쓰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은 '건축'이 그 어떤 다른 카테고리 보다 심지어 로켓보다 더 크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기여하고 있다고 하며 짧은 수명의 건축이야 말로 최악이라고 자신의 저서 <휴머나이즈> 책에서 언급했다. (아래사진)
 
이 책에 관한 리뷰는 나의 다른 글에서 다루었는데, 지루한 건축물이 왜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면 나의 <휴머나이즈> 책 리뷰 포스팅 <르 꼬르 뷔제는 노잼 대왕?>을 참고해 보시길.

 

르 꼬르 뷔제는 노잼 대왕?

건축 신간 리뷰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의 신작, 인간적인 건축에 대해 말하다 BOOK REVIEW: HUMANISE - Thomas Heatherwick 서평, 사실 생전 처음 써 본다. (아니 초등학교 때 독후감 써본 이후로 처음인가?) 202

dadada-designs.tistory.com

 

필기를 많이 하며 읽었던 이 책은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의 최근 저서 <휴머나이즈>. '지루한 건축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데 영향을 미친다 (Boring buildings help to cause climate change)' - 왼쪽 아래의 로켓 아이콘: 로켓의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왼쪽 맨 건물 아이콘: 건물의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책의 이 페이지에서, 건축의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책의 오른쪽 페이지에 다 안 들어갈 만큼 높았다. 그리고 하긴, 로켓이랑 비교해봤자, 로켓은 지구에서 매년 만들어봐야 몇 개 만들겠어. 하지만 건물은 매년 모든 나라에서 꾸준히 수요가 있고 대량으로 지어진다. 그리고 건물을 만드는 과정, 특히 현대 건축물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콘크리트나 강철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한국의 현대 건축 평균 수명은 30년

한국의 현대 건축물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라고 한다. 오래된 사찰이나 유서 깊은 전통 건축인 문화재를 뺀 통계이다. 현대 건축은 후다닥 지어지고 후다닥 폐기하는 셈이다. 30년 주기라면, 사람이 태어나서 자식을 낳는 '한 세대'의 주기와 비슷한데, 한국의 현대 건축은 태어나서 30살이 되면 죽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수명이 대략 80세라고 하는데, 사람보다 원래 더 오래 살아야 하는 게 건축이고, 그렇게 만들 수도 있었는데 건축 물이 그렇게 빈번하게 폐기가 된다니, 건축 설계를 하는 사람으로써 많이 안타깝다. 한국의 현대 건축물들은 왜 더 오래 살지 못하고 이런 통계를 만들어 냈을까?


임보디드 카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되는가?

임보디드 카본은 재료를 생산하는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전부를 말한다. 영어 어원을 잘 살펴보자. 임보디드 카본 (Embodied Carbon)* 쉽게 말하자면 물체 안에 담겨진 (embodied) 이산화탄소(Carbon)라는 것. 재료나 건물자체에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임보디드 카본은 때에 따라 임베디드 카본(Embeddied Carbon)이라 부르기도 한다. 임베디드는 ‘장착되어있다’라는 뜻으로 담겨져 있다라는 뜻의 임보디드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아마 ‘임베디드 카본’이라고 좀 더 많이 알려진 듯 하다.
*임보디드 카본(역자주): 체내화한, 체(bodied 体) + 내(em- 内)화한 (Embodied) = em-bodied

임보디드 카본은 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 뿐만 아니라 원재료를 추출해 내기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 원재료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모두 포함한다. 그래서 한 건물의 임보디드 카본은 건물의 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건물이 폐기되기 까지의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을 포함한다. 공사에 사용되는 건축 자재, 시공과정, 그리고 재료를 고정하고 장착하는 데 사용되는 작은 푸품들을 만들기 위해 배출된 이산화탄소와 건축물의 수명이 끝났을 때 철거와 폐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을 포함한다.

간단하게 다시 요약해보자면,

건축물의 임보디드 카본 =
건축물의 재료가 만들어지고, 건물이 태어나고 죽어서 폐기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이산화탄소 배출은 대부분은 재료의 제조과정에서 배출된다.

환경보호가가 아닌 보통사람들은 대부분 아마 이산화탄소를 줄여보는 노력을 한다고 자동차를 적게 타거나 에어컨을 덜 사용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건축물을 디자인 하는 과정을 통제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아래의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이 65-85%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부 운송이나 시공을 할 때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건축 자재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된다. 다르게 말하자면, 재료의 생산과 가공과정, 그리고 재료의 운송이 적게 필요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훨씬 적은 재료를 건축 자재료 사용할 수 있다면 에어컨을 조금 적게 써보려는 노력보다 훨씬 더 큰 비율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건축 자재의 임보디드 카본

위 도표 자료 출처 (영문 사이트, 역자가 한국어로 번역함)

건축 자재의 임보디드 카본 - 리서치 게이트 이미지 출처는 아래 참조

그리고 조금 웃픈 정보가 있다. 그리고 아마도 조금은 자세히 생각해볼 부분인 것 같기도 한데, 예전에 어떤 곳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평균 수입이 높을 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다는 말이었는데, 통계를 찾아보니까 정말 그렇더라. 소득이 1퍼센트인 사람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나머지 소득 99퍼센트인 사람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다 합치고도 따라잡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었다. 이런 점을 잘 생각해보면, 럭셔리 부띠끄 호텔을 디자인 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건축 재료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99퍼센트의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큰 비율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건축일을 하면서 자하 하디드에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고, 어쩌다가 소득 1퍼센트의 사람들을 위해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게 되어서 이런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1퍼센트와 나머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소득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