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들은 콘크리트를 정말 너무 좋아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일 큰 건자재 중 하나인데도.
그래서 나는 콘크리트를 대신할 수 있는 건축 재료의 최신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철근 콘크리는 건물의 주요 구조로 쓰이고, 이 구조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재료를 찾기란 생각보다 까다롭다. 철근 콘크리트는 압력에 잘 견디는 시멘트와 잘 늘어날 수 있는 철근이 있어서 고층빌딩을 세울 때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다른 건축 구조 재료들이 많이 있지만, 콘크리트를 이기기 어려운 건 아마도 도시에 많이 필요한 ‘고층빌딩’을 짓기에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목구조를 집중적으로 알아보겠다. 목구조는 콘크리트 구조보다 월등히 탄소 배출량이 적고, 탄소를 격리할 수도 있는 재료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 재료로 우선시하여 고려해 본다.
목구조?
목구조가 원래 새로운 구조는 아니다.
나무로 된 건축 자재를 사용해 온 것도 역사가 오래되었다.
하지만 목구조로 다층 건물을 짓는 사례는 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구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공학적 계산이 가능한 목구조는 거의 최근에서야 개발되었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아래에 보이는 건물은 런던의 목구조 다층건물로 이름이 블랙 앤 화이트 빌딩이다. 워 티슬턴 건축 사무소 가 지은 런던 시중심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몇 개월 전 건축 잡지 AJ에서도 지속가능한 건축물로 자세히 소개되었다.
* 워 티슬턴 건축 사무소 (Waugh Thistleton Architects)
* AJ: Architect’s Journal
블랙 앤 화이트 빌딩 (Black & White Building)
총 높이 17.8 미터, 7층의 대형 목구조 건물로, 콘크리트 건물을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건물의 모범 예시이다. 영국 런던 중심에서 가장 높은 대형 목구조 건축물인데 다른 구조물에 비해 탄소를 37퍼센트를 절감했다고 한다.
건물 전체가 글루람이라는 목구조로 지어졌는데, 이 글 밑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풀로 붙여 만든 목재이다. 공학적으로 계산해서 예측이 가능한 목구조로 변형이 어렵고 가공 과정에서 부식의 가능성을 없앴다. 이런 고도로 가공된 목재는 강철이나 시멘트 생산 과정보다 훨씬 더 적게 탄소를 배출하며, 튼튼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이 빌딩은 227그루의 너도밤나무와 1547그루의 소나무와 가문비나무로 지어졌다. 나무들은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인증받은 숲에서 재배되었다. 글루람 중에서도 CLT라는 목재 종류는 특히 매우 가벼워서 콘크리트나 강철보다 운송이 쉽다. 그래서 운송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비용이 더 적게 든다. 그래서 탄소 절감뿐만 아니라, 공간이 빠듯한 도시 안에서 시공을 할 때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때문에 소음이 적어지는 것은 물론 시공현장 주변의 이웃은 물론 도로 사용자들도 함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또 한 가지의 장점은 목자재는 보통 공장에서 미리 제조되므로, 더욱더 정확하게 공학적으로 계산될 수 있다. 그리고 시공 현장으로 운반된 목자재는 보통 나사로 조립만 하면 된다. 조립만 하면 되므로 더욱더 적은 인건비가 든다. 그리고 또 나사로만 조립하면 되는 건물은 환경 친화적인 장점도 있다. 시멘트로 굳히고 화학 첨가물을 발라 만드는 보통 건축과는 달리 조립식 건물은 해체하면 다른 용도로 충분히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의 외부에서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클라딩이 목재로 차양층을 만들었는데, 건물 전체 외벽을 덮고 있다. 이는 자연적으로 건물 내부에 그늘을 만들어주는데 건물 외벽은 햇볕을 덜 받게 식혀주고, 건물 안쪽에는 자연채광이 깊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건물 외벽의 차양층은 두께가 조금씩 다른데,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 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차양막을 만들어 건물의 유리면에 차양 코팅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되었다. 차양 코팅을 덜 하게 되니, 더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를 통해 바깥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건물 외부에는 알루미늄이나 유리 같은 이산화탄소가 고도로 배출되는 재료들을 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차양층이 나무로 만들어졌죠. 열 변형을 통해 아무런 화학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무를 굽기만 하면 되죠. 목재가 마른 후 극도의 열을 가하면 됩니다. 이 과정은 목재의 안정성과 내구성을 높여주게 되는데 나무의 형성층을 결정화 시키기 때문에 가공 후에 목재가 수축하거나 부풀지 않도록 해줍니다." - AHEC의 유럽 디렉터, 데이비드 베네블스
목재는 가공과정에서 열 변형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목재는 180도 이상으로 가열된다. 나무의 수분 함량은 4-6%가량으로 떨어진지고 이렇게 열 변형 가공 후에는 표면이 봉인되는 효과가 있어서 곰팡이나 벌레가 나무를 부식할 가능성을 없애주고, 나무가 비틀리는 것도 막아준다. 이 프로젝트에서 AHEC는 TMT 튤립나무가 방화 처리가 될 수 있고 다층 건물에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화재 실험도 진행했다.
열 변형 가공 튤립나무로 만든 차양층은 표면이 멋들어지게 메끄럽고, 특별히 사포로 닦는 등 표면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빌딩은 해체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기 때문에 이 차양층은 떼낼 수 있고, 건물의 수명이 다했을 때 쉽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 클라딩 (cladding): 건물 외벽의 장식
* 차양층(루버, louvre): 건물의 외벽에 일정하게 배열되어 채광을 조절할 수 있도록 추가된 요소
* AHEC (American Hardwood Export Council): 미국 활엽수 수출 협의회
이 건물을 지은 건축 사무소 워 티슬턴은 이런 목구조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지침을 잘 요약해서 문서로 만들어 놓았다.
“뉴 모델 빌딩 가이드 (New Model Building Guide)”라고 한다.
뉴 모델 빌딩 가이드 (New Model Building Guide)
왜 이런 가이드가 필요했을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목구조로 건물을 지으려면 질문이 많다. 우선 나무는 불에 잘 탄다. 그리고 부식에 취약하다. 그리고 이 두가지 특성 탓에 건축 도시 규범도 더 까다롭게 만들어져 있다. 이런 목구조를 짓는 방법을 좀 더 보편화하고, 체계적으로 따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려고 뉴 모델 빌딩 가이드가 탄생한것이다. 이 가이드는 쉽게 따를 수 있는 지침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앞으로 목구조로 건물을 짓고 싶은 건축가들이 참고할 수 있겠다.
뉴 모델 빌딩 가이드는 여러 기관들과 협력하여 만들어졌다. 구조 공학자 뷰로 하포드(Buro Happold), UCL의 방화 공학 전문가들, NHBC (영국 주택 빌딩 이사회 - National House Building Council) 등.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지침의 신뢰도를 검증했으므로 신빙성이 있다. 아래에 이 지침의 장점들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자.
뉴 모델 빌딩 지침의 장점 (Key Benefits of New Model Building Guide)
혹은 대규모 목구조 건축을 지을 때 장점
1. 영국의 건축 디자인 법규를 잘 준수하고 있어서 사용하기에 문제가 없다.
뉴 모델 빌딩은 세부 사항들이 영국의 건축 법규에 완전히 부합하도록 만들어졌다. 대형 목구조 건물을 디자인할 때, 이 뉴 모델 빌딩 지침을 사용하면 보증 전문 기관인 NHBC의 기술 승인을 빠른 시간에 허가받을 수 있다.
* 보증 전문 기관 (National Warrantee Provider)
* NHBC: National Housing Building Council
2. 75%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가장 보편적인 6층 (29개의 가족이 거주 가능) 주거 건물을 비교 기준으로 삼아서 건물 전체 수명 (A-C 단계)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했다. 빔 모델을 통해 건축 자재의 부피를 측정하고, 건축 자재 제공업자의 EPDs를 참고하여 이 방법이 전통적인 건축 구조 (콘크리트 혹은 강철) 방식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비교했다. 뉴 모델 빌딩으로 지은 대형 목구조 건물은 LETI 기준으로 A+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전통적 콘크리트나 강철 구조 건물에 비해 74%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 빔 모델 (BIM Model)
* EPDs: 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s
* LETI: London Energy Transformation Initiative
3. 가격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
보통의 철근 콘크리트보다 5퍼센트 정도 더 비싸다. (Q1 2023에 따른 통계)
하지만 이 정도라면 목구조의 많은 장점들을 생각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4. 빠른 시공이 가능하다.
전형적인 대형 목구조 (Mass Timber Frame)는 보통 현장에서 붓는 콘크리트 건물의 3분의 1 시간 밖에 안 걸린다.
현장에서 붓는 콘크리트는 굳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5. 더욱 안전하고 조용한 시공이 가능하다.
조용한 시공이 가능한 이유는 목재 본래의 조립 방법에 있다. 공장에서 이미 만들어진 재료를 맨손으로 사용 가능한 연장으로 만들기 때문에 공사과정이 빠르고 상대적으로 매우 조용하다.
6. 운송해야 할 자재가 훨씬 적다.
운송해야 할 건축 자재가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60 퍼센트 정도로 적다.
운송할 자재가 줄어든 만큼 소음도 덜하고, 건물이 지어질 곳의 파괴와 이웃들에게 갈 피해도 적다.
거대한 목재 부품들 (Mass Timber Elements)
목구조라면 어떤 목자재를 사용해야 할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쌓아 올려야 할까? 우선 우리의 목적은 단층 말고 높이 쌓아 올리는 것이라고 하자. 층층이 쌓아 올리고 안전성을 공학적으로 계산하기 위해서는 글루람이라는 공학적으로 계산된 목재를 쓴다.
글루람 (Glulam)
= Glued laminated timber
= 풀 붙인 - 목재
글루람은 쉽게 생각하면 풀로 붙여-(glue, 글루) 만든 목재이다. 다른 말로 하면 라미네이트 (laminate)라고 한다.
보통 나무는 습기가 있으면 휘어지기 쉽고, 변형이 일어나면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옛날 한옥은 통으로 된 나무를 많이 썼는데, 한옥을 만드는 장인들이 하시는 말씀이 ‘한옥은 살아있으니까 매년 관리를 잘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주어 들은 내용) 자연스럽고 좋지만, 현대인의 도시 삶에서, 관리를 빈번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글루람, 나무를 얇게 잘라서 풀로 다시 붙여주는 과정을 통해서 본래의 나뭇결이 가지는 ‘방향성’을 상쇄시킨다.
글루람 중에서도 또 LVL과 CLT라는 종류가 있다. 어떻게 썰어서 붙이느냐에 따라 목자재의 종류와 성질이 달라진다.
LVL
=Laminated Veneer Lumber
= 풀로 붙이고 - 얇게 썰은 것을 - 목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공학적 목재 제품으로 건물 시공에 많이 사용된다. 나무를 사과 깎듯이 얇게 깎아서 평평하게 편 다음 여러 겹을 풀로 붙여서 튼튼하게 만들어 여러 용도로 사용한다.
CLT
=Cross-Laminated Timber
= 엇갈리게 - 불로 붙인 - 목재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건축 재료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이 목재는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도에 유럽에서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 목재는 구조적 성능이 있는 (말하자면 근사하지만 사실 좀 두껍게 나무를 썰어서 어느 정도 튼실하다는 뜻) 목재를 줄줄이 붙이고 난 후 그걸 또 엇갈리게 층층이 붙여준다.
뉴 모델 빌딩 지침에 따르면 LVL은 기둥과 빔(beam)으로 쓰이고 CLT는 벽과 구조적 바닥재 (floor slab)로 쓰인다.
똑같이 풀로 붙인 나무지만 어떻게 붙였느냐, 풀로 붙이기 전 자를 때 얼마나 얇게 잘랐느냐에 따라서 건물에서 담당할 수 있는 구조적 역할이 달라진다.
우리나라도 이제 목구조를 다시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과거에 목구조로 된 한옥이 많았다. (우리 한옥 사랑합니다.) 하지만 짓는 과정이 까다롭고 (즉슨, 전문 장인이 필요하다)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아서 대량생산 또는 몇 층씩 쌓아 올린다는 것은 어렵다. 현대 건축의 최고 인싸인 르 꼬르 뷔제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 서울 같은 경우는 콘크리트의 숲이라고 할 만큼 콘크리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목구조에 우리나라가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이제는 한옥보다 더욱더 건축계에 보편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따라하기 쉽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뉴 모델 가이드 지침을 배워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물론 경량 목구조라는 이미 알려진 방법이 있지만, 작은 규모에 한정되어있으므로 규모가 큰 대형 목구조의 건설 방법도 잘 알려지면 좋겠다.
대체 콘크리트
목구조 말고 콘크리트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건축 자재들이 뭐가 있을까-에 대해서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써 보는 것이 좋겠다! 우선 한국에서는 패시브 건축이 잘 알려지면서 ALC라는 건축재료가 유행처럼 쓰여지고 있는 모양인데, 우선 ALC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고, 그 재료 이외에도 다른 콘크리트를 대체할 수 있는 건축재료들을 자세히 알아보자!
콘크리트를 대체할 만한 자재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실험적인 재료들은 아직까지 실제로 쓰이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예를들어 버섯으로 만든 재료 등... 그 이유는 역시 콘크리트 자체가 구조적 역할이 큰데, 안전성을 위해서 실험적인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아직은 좀 꺼려지고 안전성 테스트가 아직 충분히 되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콘크리트를 대체할 만한 자재들이 사실상 지구에서 그렇게 광범위하게 대량으로 얻어낼 수 있는 재료가 아니라서 충분히 널리 사용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
다음 편에서 계속 -
참고링크
1. 워 티슬턴 건축 사무소의 목구조 프로젝트, MSG Architecture 에서 다룬 글 참고 (영문)
https://www.mgsarchitecture.in/architecture-design/projects/3469-architecture-of-sufficiency.html
Architecture of Sufficiency - MGS Architecture
Arunyam is a 95-acre second home development project in Kondiwade, Pune District. Located at an altitude of 2185 meters, Arunyam is surrounded by forests, hills, and a lake. Phase one of the project comprises 68 villas, a community Read more ...
www.mgsarchitecture.in
2. 워 티슬튼 건축 사무소의 목구조 프로젝트, RIBA 저널에서 다룬 글 참고 (영문)
Workplace specified: Black & White Building, London
Waugh Thistleton explains its specification choices for a sustainable office building that put wellbeing and productivity high on the agenda
www.ribaj.com
3. 뉴 모델 빌딩 가이드 PDF 다운로드 가능한 사이트 (영문)
https://timberdevelopment.uk/resources/new-model-building-guide/
New Model Building Guide
Timber Typologies Understanding Options for Timber Construction. Clear up the confusion around timber building systems and their applications.
timberdevelopment.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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